이건 정말 아니다. 대통령 후보 경선 연설장에서 폭력이 난무했다. 이승만 독재시절의 ‘땃벌떼’가 등장한 것인가. ‘백주에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라는 명언이 살아나는 것인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더니 역시 사실인 것 같다. 나오는 것은 탄식이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아니 정치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2차 대전 후 민주주의가 가장 빨리 발전, 정착된 나라가 한국이라더니 그 말 취소해야 할 것 같다.
해방 직 후 처음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을 때, 그야말로 폭력이 춤을 추었다. 주먹 정도는 폭력도 아니었다. 정적인 후보 집 마당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사생결단 목숨을 내 놓아야 할 판이다.
자유당 독재 때도 이정재 유지광 임화수 등 정치깡패들은 야당 정치인들을 백주에 개처럼 두들겨 팼다. 경찰은 팔짱 끼고 구경했다. 그들 배후에 있던 경무대 경호실장의 운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물론 정치 깡패들도 그렇게 인생을 마감했다.
화가 뻗친다고 한다. 극도로 화가 치밀면 보이는 것이 없다고도 한다. 미치고 환장한다는 말도 분노의 극치를 말한다. 화를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스스로 목숨도 끊기도 한다. 그렇게 화는 무서운 것이다.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들이 전국을 돌면서 연설을 한다. 경선을 위한 것이다. 경선이니까 상대방을 비판도 하고 그것이 비난으로 들릴 수도 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속이 상하는 일일 것이다. 공천뇌물 사건 때문에 중단 되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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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후보가 지난 9일 열린 새누리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한 남성에게 멱살을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
드디어 탈이 났다. 지난 9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당했다. 김문수 후보는 50대 남성에게 멱살을 잡혔다. 멱살을 잡힌 김문수의 표정이 참 딱했다. 이유는 뻔하다. 박근혜 후보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5.16 쿠데타 인식과 불통, 19대 공천 비리 의혹, 등을 적극 제기하는 김문수가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미웠던 모양이다. 화가 상투 끝까지 치솟은 모양이다.
새누리당의 대선경선의 모토는 ‘함께’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함께’가 아니라 ‘홀로’라야 한다. 김문수의 수행원들이 뜯어 말리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참 성질들 고약하다. 이런 모습을 보아야 하는 국민들은 기분이 어떨까. 후보들은 경선도 경선이지만 봉변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래전 일이지만 야당의 국회의원이 반대파 당원에게 머리체를 잡혀 곤욕을 치른 적도 있고 진보당 회의에서는 폭력사태가 발생해서 병원 신세를 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이따위 폭력사태는 무슨 이유로도 용서가 안 된다. 정치집회가 격투기장인가. 경선 연설회는 후보의 경륜을 듣고 평가하는 자리며 지지자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 된다.
박근혜 후보가 옷자락이라도 잡혔다면김문수 후보에게 폭력을 휘두른 지지자에게 누가 폭력행사 지시를 했을리는 만무다. 그러나 사람들은 책임의 한 부분을 박근혜 후보에게 묻는다.
세상이 다 알다시피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후보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당대표 같은 고위 당직자도 박근혜 후보의 눈을 마주보지 못한다고 한다. 대단한 자산이다. 그런 자산이 불통과 독선으로 연결이 되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자신도 모르게 유아독존적 사고를 갖게 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경선연설장에서 어떤 발언이 상대방 후보들의 입에서 나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연설회에서 경쟁후보들은 박근혜의 불통과 독선과 현영희 현기환의 공천뇌물 비리 추문을 빠짐없이 지적했고 관련자들이 모두 친박근헤 계보라는 사실을 들어 박근혜 후보에게 책임추궁을 했다.
심지어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가장 아픈 약점인 최태민의 사진까지 등장시켰다. 박근혜는 물론이지만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힐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김문수가 멱살을 잡히는 불상사는 예상을 했어야 한다. 그 보다 더 한 사고도 일어 날 수 있다. 사고는 예고를 하며 일어나지 않는다. 예고를 하면 사고도 아니다. 그러나 사고는 크던 작던 엄청난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더구나 박근헤처럼 권위로 포장된 지도자의 면전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진다면 박근혜의 지도력에 먹칠을 하는 결과가 될 것이 아닌가.
박근혜가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어야 한다. 연설장에 모인 청중들은 박근혜 대표의 연설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박근혜 지지자들이다.
이들에게 박근혜 후보가 불상사 방지를 위한 자제를 간곡하게, 아니 엄중하게 경고했다면 어느 누가 김문수의 멱살을 잡는 용기를 낼 수 있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는 오히려 앞으로 더욱 치열해 질지도 모르는 자신의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책으로 수수방관했을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설마 그렇기야 하랴만.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후보에 관해서 들리는 소리는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 아집과 독선과 불통이라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 후보 쯤 되면 비판은 하는대로 들으면 된다. 화를 낸다고 비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만사올통이란 희한한 말까지 나돈다. 이것이 모두 부정적인 내용이다.
거기다가 지지자들이 폭력까지 휘두른다면 어느 누가 박근혜 후보에게 좋은 충고를 할 수 있으랴. 그야말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은 달콤한 말이 아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지 않던가.
당연히 김문수나 임태희 등도 후보로서 금도를 지켜야 한다. 후보시절에 저 정도의 맹목적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린다면 만약 대통령이 됐을 때는 어떠할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관용은 악마도 감동시킨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자유스럽게 비판의 자유를 누리는 민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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