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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단일화 의지’, 의심스럽다
[분석]한겨레> 인터뷰로 추적해본 안철수의 ‘요즘 생각’
 
정운현기자 기사입력  2012/11/16 [09:37]

어제(15일) 하루 정치권은 요동쳤다. 안철수 캠프의 ‘폭탄선언’ 때문이다. 며칠 전 <한겨레>가 1면에서 다뤘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뉴스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됐고 심지어 집권여당의 대선후보인 박근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뉴스의 톱은 단연 ‘야권후보 단일화’다. 그런데 이게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며칠만에 ‘파토’가 났으니 큰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여권은 화색이 돈 반면 야권은 죽을 맛이었으리라.  

보도에 따르면, 어제 안철수 캠프는 매우 격앙된 분위기였던 것 같다. 반면 문재인 캠프는 종일 허둥댔던 것 같다. <한겨레> 보도를 빌리자면, 문 캠프는 “하루 종일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어디까지 해야 하나’라는 당혹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문 후보 캠프는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문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가 대충 정리될 걸로 전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태는 그리 만만치 않았다. 오후 들어 안 후보와 캠프가 문 캠프를 두고 “깊은 실망을 느꼈다”며 극도의 불만감을 표출하자 문 캠프로서는 몹시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제 저녁부터 문재인이 안철수와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어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거듭거듭 공개사과를 한 상태였으니 안이하게 생각했을 수 있다. 그래서 문 캠프는 깊은 혼란에 빠져들었고 전날밤 밤늦게까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 15일 오후 한겨레 임석규 정치부장과 인터뷰 하는 안철수 후보. (사진-한겨레)


어제 안철수는 공덕동 언덕에 있는 <한겨레> 사옥으로 가서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일정이 잡힌 건 다분히 돌발적이었던 것 같다. 임석규 한겨레 정치부장과의 1시간가량 걸친 인터뷰에서 안철수는 드물게 자신의 속마음을 상당히 털어놓았다. 단일화 협상과정 등에서 겪은 문 캠프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나 향후 자신의 행보 등에 대해. 인터뷰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요즘 그의 복잡한 심경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한겨레> 인터뷰 내용을 살펴본 필자의 전체적인 느낌은 안철수가 마음이 다급해 보인다. 즉, 여유가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안철수 양보론’ 같은 걸 웃어넘길 수(어쩌면 웃어넘길 수 없는 사안일 수도 있겠지만) 있는 여유와 배짱이 자리할 여백이 없다. 게다가 단일화에 대해서도 시대적 소명의식 보다는 국민을 앞세워 오히려 더 계산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굳이 현 상황을 놓고 보자면 문재인보다 더 느긋할 수도 있는 입장인데도 말이다. 

물론 협상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문 후보측 누군가가 ‘안철수 양보론’ 같은 걸 입에 올린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설사 ‘희망사항’이라고 해도 자중했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점에 대해 문 후보는 자신의 허벅지 살점을 도려내는 각오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잡음에 대해 문재인이 안철수에게 사과한 것은 마땅한 것이었고, 또 시간적으로도 적절했다고 보여진다. 안철수의 <한겨레> 인터뷰 가운데 몇을 간추려 그 의미를 톺아보자면,  

- 평소 이기는 후보가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꼭 돼야 한다는 관점보다, 관점을 바꿔서 설명하겠다.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쪽의 지지자들이 마음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승리한 후보가, 단일화 된 후보가 양쪽 지지자들과 함께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단일화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 지지자들의 마음 얻는 과정이, 그게 핵심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아니고 과정은 상관없이 결과만 본다면, 이건 경쟁이다. 그렇게 되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예전 정치 모습 반복하게 되고, 그러면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떠나게 된다. 그러면 단일후보 대선에서 진다. 단일화 핵심은 과정인데, 그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 


맞는 말이다. 단일화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양 후보측 지지자들의 이탈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다 ‘감동적 단일화’까지 만들어 낸다면 중도층(혹은 무당파층), 심지어 박근혜 지지자까지도 감동을 먹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아직은 서로 ‘탐색전’을 벌일 때다. 두 사람이 단일화를 앞두고 백범기념관에서 회동을 가진 게 지난 6일이니 겨우 열흘, 단일화 첫 협상이 열린(13일)지는 불과 이틀만이다. 안철수 측이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이 짙다. 

- 민주당의 문제의 핵심이 뭐라고 판단하나.
“그건 민주당에서 스스로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도 기대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제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도 정치가 쇄신이 돼서 정치가 정말 사람들의 생활 속의 문제들을 푸는 정치로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의 국민 열망에 제가 대선 출마하게 됐고 저는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최선의 노력 다하겠다.” 


민주당, 문제가 많은 조직이다.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건 구체적으로 꼭 집어주는 게 좋다. 두루뭉수리하게 “민주당에서 스스로 잘 알고 계실 것”이라는 식의 어법은 때론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똑 까놓고 “나하고 단일화 논의하려면 이런 거 저런 거 고쳤으면 좋겠다.”하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좋다고 본다. 어쩌면 민주당 사람들 가운데는 알고도 안고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몰라서 못고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번번이 ‘국민’을 앞세우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국민들 가운데는 안철수만 지지하는 건 아니다. 

- 담판, 그러니까 경선방식이 아닌 담판 방식을 통해서 두 후보께서 후보를 확정하실 가능성 있나.
“지금 단일화 과정이 중단된 상황이어서 그 다음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저도 알지는 못하는데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항상 생각하는 편이다.” 


얼핏 보면 적절한 대답 같지만 뒤집어 보면 성의없는 대답이기도 하다. 안철수 말마따나 지금은 협상 중이어서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단일화 방식은 두 가지 뿐이다. 여론조사 등 ‘경쟁’ 방식과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과의 ‘담판’ 방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담판방식도 고려하고 있단 얘긴데 그렇다면 “여의치 않을 경우 담판이라도 하겠다”고 밝혔으면 좀 좋았을까. 혹자는 안철수를 두고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는 어법 때문이라고 본다. 

▲ 15일 오후 한겨레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있는 안철수 후보. (사진-한겨레)


- 민주당 쪽에서 양보론 이런 얘기가 나왔고,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떻나.
“양보는 절대 없다.(단호히 말한 뒤 웃음) 지지자들이 그러면 서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는가. 누가 되든 단일화 후보가 양쪽 지지자를 아울러서 같이 가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그게 가능하지 않을 거 같다.” 


최근 ‘안철수 펀드’ 출시 후 ‘완주론’ 얘기가 다시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물론 안철수도 완주할 권리가 있다) ‘단일화 협상’이란 성사를 가정할 경우 누군가의 양보를 전제한 것이다. 물론 반대로 ‘협상’이기에 누군가 도저히 승복할 수 없을 경우 깨질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철수는 “양보는 절대 없다”고 밝혔다. 그것도 단호히. 그렇다면 안철수는 문재인의 양보를 전제로 협상에 임했다는 얘긴가? 이는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고 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안철수의 말과는 앞뒤가 맞지 않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 단일화 협상 합의 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통화하신 것으로 안다. 통화 취지가 궁금하다.
“앞으로 서로가, 단일화가 된다면 국정운영 파트너가 되는 것이니까 그 전에 인사를 드린 것이다. 사실 늦게 드린 거다. 그래서 말씀을 드려야겠다 생각을 했다.” 


이 건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문재인이 모처럼 안철수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도 될 대목이라고 여겨진다. 지금 분명히 단일화 협상이 진행중인데 30명 정도의 ‘비(非)문재인계’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사차’ 전화를 돌린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 단일화 건이 매듭지어진 이후나 아예 훨씬 그 이전에 ‘인사차’ 전화했다는 그건 ‘예의바른’ 안철수다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보기 나름으로는 송호창에 이어 제2의 ‘의원 빼돌리기’라는 오해를 사고도 남을만 하다. 이 역시 그가 말하는 ‘페어플레이’에 맞지 않을뿐더러 안철수의 본색을 의심케 할만하다. 

- 출마 선언하신 이후에 강을 건넜고 건넌 다리 불살랐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란 생각이다. 한국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아니고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이유를 쉽게 설명해달라.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여러 문제를 풀려면 3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첫째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이제 수평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세번째로는 정치적인 빚이 없어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능력에 따라 인사할 수 있어야 한다. 순서대로 생각해보면 지금 이제 더 이상 20세기가 아니다. 21세기 되고 10년 넘게 흘렀다. 굉장히 빠르게 바뀐다. 아이티(IT) 기술 포함해서 여러 가지 기술 흐름도 따로 떨어진 게 아니고 이게 사회 변화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금융 흐름도 급속도로 진행된다. 사회 흐름과 트렌드에 대한 감을 가지고 미래 볼 수 있어야 리더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보고 받는 게 아니라 체화가 돼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예전처럼 부하들이 보고받아서 한 사람이 혼자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집단지성 형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고 소통하면서 같이 해답을 찾아가는 게 수평적인 리더십이다. 그래야 올바른 답에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세번째로 우리나라 인재 정말 많다. 5천만 인구가 있고 거의 모든 분야에 세계적인 전문가가 다 있다. 그게 우리나라의 큰 힘이다. 아쉬운 점이 대통령이 인사할 때 우리편만 보고 우리편 중에서도 나와 친한 사람만 봐서 인사하다보니 정말 정확하게 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는 사람 못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게 진영 논리나 정치를 하면서 빚을 가지다보니 빚 갚기 위해 능력 없는 사람 인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분야가 제가 다 자신 있는 분야다. 당선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런 질문은 시기적으로는 출마선언 초기에나 할 법한 것이다. 질문자가 이런 질문을 한 건 초보적인, 즉 장황한 설명을 듣고자 했다기보다는 이 시점에서 핵심을 찌를만한 화두 한 둘을 듣고자 했음이라 추측된다. 그런 가정에서 보자면 안철수의 대답은 너무 장황하고 또 중언부언이다. 게다가 새로운 것도 없다. 한 마디로 대통령 시켜주면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록 사기로 확인되긴 했지만 이 대목에서는 차라리 이명박의 ‘747공약’ 같은 걸 제시하는 게 훨씬 더 어필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필자가 질문자였다면 더 구체적인 답을 요구했을 것이다.  

- 안 후보가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겨룰 때 문재인 후보에 비해 우위에 있는 본선 경쟁력이 뭔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부분들이 미래와 과거의 대결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선명한 구도를 짤 수 있고 그리고 실제로 그게 단순히 공학적인 접근 방식 아니라 실제로 정치적인 빚이 없으니까. 제대로 우리나라가 21세기 지금 현상태서 제대로 방향 잡아서 나갈 수 있는. 예전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다. 새시대의 맏형 역할을 저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맞는 얘기다. 박근혜-안철수 대결구도가 될 경우 ‘미래와 과거의 대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또 안철수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실제로 ‘정치적인 빚’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둘이 맞붙으면 선거이슈가 이것뿐일까? 되레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경선까지 치면 대선국면에 접어든지 근 4~5개월이 지났지만 정책 같은 게 논쟁이 됐던 적은 거의 없다. 어찌 보면 부스러기 같은 것, 즉 대통령의 자질, 역량 등 대선의 본질과는 별 관계도 없는 것들로 갑론을박 하면서 시간을 보내왔다. 

▲ 후보 단일화로 진통을 겪고 있는 문재인(왼쪽)-안철수 후보



어쩌면 그게 우리 정치의 현실(현주소)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래와 과거의 대결’ 같은 화두는 하루아침 때꺼리도 안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보수진영은 ‘국정경험’ 같은, 어쩌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니 오히려 경험하지 않은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르는 그런 케케묵은 화두로 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주제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어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안철수는 꼼짝달싹 할 수도 없을 정도의 궁지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무지개보다는 길가의 패랭이꽃 한 줌에 더 기뻐하고 감동하기 때문이다.  

이제 글을 맺으면서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첫째, <한겨레> 인터뷰만을 놓고 보면 안철수의 단일화 의지가 의심스럽다. 안 캠프 주변에서 흘러나온 ‘완주론’은 차치하고라도 안철수의 본색이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될 경우 문재인이 오히려 양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은 이미 경선 때부터 양보를 실천해 왔고, 또 어쩌면 그게 현재의 문재인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둘째로, 이제는 안철수가 양보를 염두에 둘 줄 알아야 한다. 그건 협상에 임하는 자의 매너이자 그간 우리가 알았던 안철수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하다. 어쨌든 단일화는 두 사람에게 주어진 지상명령임을 잊어선 안된다. ‘역사의 죄인’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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