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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가 ‘안철수 사퇴’를 애석해 하는 까닭
[분석] 정치쇄신특위 강화-안철수 캠프 출신 영입 등 대선전략 바꿔
 
임병도 기사입력  2012/11/27 [08:09]

안철수 후보가 지난 23일 금요일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그의 사퇴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쉽게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사퇴를 정치적으로 분석해 '정치인 안철수'를 평가할까, 아니면 '정권교체'를 향한 그의 결정을 더 크게 볼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그의 사퇴를 이중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친절하신 정치프로들의 몫도 컸습니다.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치 아마추어"라고 그렇게 성토하면서도 안철수 후보의 행동마다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며 갖가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안철수 후보도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 생각과 행동을 계획적으로 추진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피터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분석을 대선 이후로 미루고자 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이기 때문입니다.

피터가 안 후보의 사퇴를 그렇게 전제한 이유는 안 후보가 아무리 정치적인 행동으로 사퇴했다고 해도 그의 결단은 쉽게 나올 수도 없는 일이고, 한국 정치사에서 길이 기억될만한 사건으로 규정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새누리당이 안 후보의 사퇴를 통해 어떤 전술로 대선을 치를 것인가와 두 번째는 그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꿈꾸었던 사람을 향해 문재인 후보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확 바뀐 새누리당의 대선 전략을 통해 거꾸로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되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철수 사퇴를 애석해 하는 새누리당, 예전에는?'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자,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안 후보의 등장은 분명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지만, 지루한 단일화 과정에서 결국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안철수의 등장이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였음을 인정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과거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지독한 비난을 퍼붓던 집단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취재진이 안철수 원장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섰다며 묻는 말에 "병 걸렸어요?"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중요한 고용과 복지 얘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고용과 복지도 이루어지는 것을 모를 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안철수 현상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쾌했을 수도 있었고, 그는 천상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루지 못한 그 꿈을 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킴으로써 이루고자 한다'면서 새누리당에 입당했던 이회창 전 선진당 총재는 과거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검토한다는 말에 " 정치권이 자꾸 건드리고 부추겨서 망가뜨린다. 본인도(안철수)도 간이 배 밖에 나오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나온 배경 자체가 국민의 요구가 아닌 철저히 정치권의 논리라고 규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총괄대책본부장'은 새누리당 선거 대책 회의 도중, 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복지,정책 공약에 대해 "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장하면서 쓴 슬로건"이라며 "대한민국 장래를 연구원 같은 안 후보에게 맡길 수 없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출마할지 사퇴할지 아직 결정을 못 하는 안 후보야말로 조선팔도에서 가장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전형적인 사람"이라고 했으며,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그분(안철수)은 의사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집도하겠다고 나선 무모한,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다. 포퓰리즘 갖고 정권쟁탈 하나를 위해서 자기 사상과 다른 구태하고 혼탁한 정당, 민주당에 자기가 몸을 같이 싣는 것 자체가 학자의 양심을 파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철저히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고 공격했으며, 이는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철저히 짓밟으며 정권교체를 막아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런 그들의 실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새누리당 의 집권 연장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던바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나온 새누리당 대선 전략'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100% 기뻐할수 만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안철수 후보의 개인적 결단은 엄청난 희생을 동반한 사건이지만, 그의 사퇴를 새누리당이 아주 교묘하게 이용하고 그것에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자마자 "정치 쇄신과 새 정치를 표망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안 후보가 중도 사퇴했다.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 결국 프로 정치 집단인 민주당의 노회한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가 사퇴하자, 그의 사퇴가 '정권교체'를 위한 순수한 결단과 희생이 아니라 민주당의 구태의 벽에 막혔다는 식으로 몰아갑니다. 즉 안철수 후보가 패한 이유가 민주당 때문이고, 안철수는 '희생자'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새누리당과 동격인 정치집단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별반 차이 없는 정당이고, 그래서 투표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누리당의 논리에 현혹된 사람들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떨어져 나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누리당은 야권성향의 지지자를 이탈시키는 효과와 함께 20-30대의 투표율을 낮추는 현상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의 이간질과 대립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회유전술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안철수 후보가 내세웠던 '새로운 정치'를 새누리당이 실천하겠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정치쇄신특위'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점입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을 영입해 정치를 쇄신하겠다고 만들어놓고 유명무실해지는 '정치쇄신특위'를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자마자 표면에 내세워 안철수 지지자를 포섭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마르크식 공산주의 슬로건'이라고 맹공격을 펼쳐놓고는 이제는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공약 중에 채택 가능한 것은 박근혜 후보가 채택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안철수 후보 캠프 인사들을 박근혜 후보 측에서 영입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안철수 후보 캠프 인사가 새누리당에 들어가면 '문재인 후보 VS 안철수+박근혜'라는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성과를 떠나 이런 모습 자체가 더욱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동아일보 2012년1월16일자 1면 기사 출처:동아일보

4.11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그러자 일제히 보수언론은 한명숙이라는 이름 대신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내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야권분열과 구태정치로 아주 효과적인 '친노프레임'을 위해서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김부겸,이인영 최고위원 등을 보면 과연 민주당에 친노라고 부를 수 있는 인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계산해본 적이 있는지 기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자료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친노라고 언론이 떠드는 사람들이 진짜 친노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예전에 누구를 멘토로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상기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친노프레임'은 아주 효과적인 선거 전술 중의 하나입니다. '친노프레임'이라는 말만 하면 민주당은 구태의연한 정치 세력, 문재인은 친노의 대부로 추락해버립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친노프레임'을 다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에게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참여정부를 왜곡했던 조중동의 학습 효과를 기억나게 하면서...

정치에서 최고의 선택은 없습니다.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친노프레임'에 걸리면 최선의 선택조차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조중동과 새누리당은 '친노프레임'으로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자의 사이를 벌려놓으려고 하는데, 진짜 친노인사가 문재인 캠프에 얼마나 있을지 조사는 하고 기사나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아일보 11월24일자 기사,출처:동아일보

친노때문에 문재인과 민주당이 싫다는 사람들이 박근혜를 찬양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친 새누리당은 괜찮다는 말을 합니다. 4.11 총선에서 효과를 본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철저히 '친노프레임'을 들고 나오고 있으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런 친절한 새누리당과 조중동의 반복 학습에 열심히 투표장을 떠나던지 기호 1번을 찍을 것입니다.

'안철수가 양두구육? 새누리당은 어떨까'

이정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은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치쇄신을 주창하면서 정치구태의 행태를 보이며, 검증을 교묘히 피해가는 모습을 보인다.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양두구육'이라고 한다, 양머리를 놓고 속은 개고기를 파는 것을 말한다"고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치 쇄신을 위해 공천비리를 없애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모두 바로 잡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믿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어떤 공천을 했는지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친노가 민주당을 다 해먹는다고 했던 사람은 진짜 친노인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을까?


4.11 총선 당시 친박계 현역의원의 공천비율은 75.4%에 달합니다.이처럼 친박계가 공천을 많이 받다 보니, 친이계의 현역의원 낙천률은 40.9%로 친박계의 24.6%에 비해 현저히 높았습니다. 19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 지역 당협위원장의 70%가 친박계열로 채워졌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권을 휘두르며 4.11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입니다. 지금도 수사 중인 공천비리 문제를 책임 질 사람이 박근혜 후보에게 있지만, 그녀는 오히려 잘못된 제도와 단호히 맞서겠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대선 공약으로 약속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권과는 다른 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전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친박이 19대 총선을 장악했지만, 18대 총선에서 친이와 친박이 정책을 놓고 싸운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행했던 정책 대부분에서 친박은 찬성했고, 결국 친이와 친박의 차이는 누가 권력을 잡아 공천을 받고 금배지를 다느냐 마느냐이지, 정책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가장 큰 배경은 이명박 정권으로 힘들어진 국민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권교체'입니다. 그 이유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정권연장이 이어진다면 지금과 똑같은 일이나 그보다 더 심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태정치는 과연 무엇일까요? 분명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바꿔야 할 점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새정치를 열망했던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모습은 양의 탈을 쓴 늑대에게 속아 늑대의 입에 머리를 넣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개고기를 양고기로 속여 파는 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민주당이 구태정치이고 민주당의 문재인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거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분들은 새누리당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사퇴 이전에 새정치는 혼자서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정치인을 모아서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정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문'을 열면 그'안'에 더 크고 넓은 세상이 펼쳐집니다. (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 @metta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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