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조선일보 온라인판에는 ’10년 전 욱일기 봐줬던 한국, 왜 지금 분노하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이 기사는 주말판의 ‘ Why’라는 지면에 나온 기사로, 논란이 되자 ‘[Why] 욱일기 때문에 불참통보한 일본군함, 우린 왜 지금 더 분노하나’로 바뀌었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함선의 ‘욱일(旭日)기’ 게양 논란을 다뤘습니다.
조선일보가 온라인판에서 ‘10년 전 욱일기 봐줬던’이라고 제목을 썼던 이유는 1998년과 2008년 부산에서 열렸던 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여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998년과 2008년 관함식은 모두 부산에서 했는데, 그때는 함정들이 항구에 정박한 채 사열식을 했지만, 이번에는 함정이 항구에 정박하는 게 아니라 해상에서 열을 지어 운항하며 사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함정이 운항 중에는 통상 소속 나라의 국기를 다는 관례에 따라 이번 행사에는 참가국 해군기가 아닌 국기를 게양할 것을 요청한 것” (해군 관계자. 한겨레 보도)
한겨레는 ‘2008년 관함식 때도 달았다고? ‘욱일기 논란’ 어떻게 볼까 ‘라는 기사에서 2008년과 2018년의 사열 방식이 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욱일기’ 논란을 다루면서 ‘전범기’라는 말은 정식 단어가 아니며,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2012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왜 2012년인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자민당, 평화헌법 개정안 공약으로 내세우다
【일본국 헌법9조】① 항 :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이것을 포기한다. ② 항 : 전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육해공군 및 그 외의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의 헌법을 가리켜 ‘평화 헌법’이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헌법 9조에 전쟁 포기와 동시에 군대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함으로 다시는 침략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평화헌법을 만들었고, 2000년 이전까지도 ‘전수방위정책’을 채택했습니다.
“일본은 상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방위력 행사의 양태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저한도에 머물게 하며, 보유하는 방위력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저한도의 것으로 한정한다” (1989년 일본 방위백서)
일본 현행 헌법과 ‘전수방위 정책’에 따르면 일본은 다른 나라가 일본 본토를 공격할 때까지도 사전에 공격할 수 없으며, 작전 수행도 일본 영토에 한하며, 다른 나라가 물러가면 그 영토에 대한 보복과 반격도 할 수 없습니다.
2012년 자민당은 ‘일본헌법개정초안’을 4.27 공약으로 정해습니다.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자위권을 명기하고 국방군의 설치, 영토 등 보전 의무를 규정하는 등의 조항을 담은 개헌안을 주장했습니다.
자민당은 개정 초안에서 ‘천황은 일본군의 상징’에서 ‘일본국의 원수’로 바꾸었습니다.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를 ‘수단으로써 사용하지 않는다’로 변경했습니다.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에서 ‘자위권 발동을 제약하지 않는다’라고 바꿨고, 자위대 대신에 ‘국방군’을 보유하는 조항도 신설했습니다.
‘전쟁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겠다’라고 명시했던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자민당의 움직임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로 인식됐습니다. 일본 주변 국가들은 군국주의 상징이었던 ‘욱일기’를 ‘전범기’로 부르며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했습니다.
3연임 아베 총리 ‘이겼으니 예정대로 개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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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평화헌법 개정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자민당 아베 총리는 2018년 3선 연임에 성공하자마자 헌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
2006년 1년 만에 사퇴하면서 단명 총리로 불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총리에 복귀합니다. 아베 총리는 2018년 9월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3연임에 성공했습니다.
2012년에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했던 아베 총리는 2018년 선거 승리 연설에서 “드디어 헌법 개정에 임할 수 있게 됐다”며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또다시 드러냈습니다.
2014년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을 ‘‘국민에게 명백한 위협이 있는 경우 최소한의 실력행사는 허용된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2018년 3월에는 잇단 개헌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민당의 개헌 협의체인 헌법개정추진본부(개헌본부)는 평화헌법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아베 총리와 똑같은 개헌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2일 아베 총리가 단행한 당직 및 개각을 보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개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일본 주변 국가에서 모두 반대해도 끝까지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강한 의지입니다.
욱일기 실드 친 ‘조선일보’는 일본 우익 대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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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6일 조선일보 기사. 온라인판에는 ’10년 전 욱일기 봐줬던 한국, 왜 지금 분노하나’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
조선일보의 ‘욱일기 때문에 불참통보한 일본군함, 우린 왜 지금 더 분노하나’라는 기사를 보면 ‘팩트 체크’라는 형식이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의 기사 90%가 ‘소셜미디어에서는 ‘욱일기가 전범기가 아닌데 유독 한국만 반발이 지나치다’는 반론까지 나오고 있다.’라는 문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돼 있습니다. 욱일기를 반대하는 한국 여론은 10%에 그쳤습니다.
욱일기 이미지는 군기로 쓰기 전부터 민간에서 길조로 여기고 써온 문양이다. 지금도 일본에선 제국주의 찬양과 전혀 무관한 맥락에서 자주 사용된다. (‘욱일기 때문에 불참통보한 일본군함, 우린 왜 지금 더 분노하나’ 조선일보)
욱일기는 그저 상징에 불과합니다. 일본 아베 정권이 어떤 목적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특히 군사적 움직임을 통한 군국주의 부활은 반드시 경계하고 막아야 할 중대 사안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일본의 군국주의 속내는 감추고 단순한 깃발 논쟁으로 여론을 움직이려고 합니다. 일본 극우 정권이 원하는 반응이자 순진한 대응입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제목에 나온 ‘우린 왜 지금 더 분노하나’는 없고, 오로지 일본 극우 정권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습니다.
한국 신문인지, 일본 극우 신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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