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다는 기사가 떴더군요. 자기 아버지의 문제로 국한할 것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던 당사자로서 박근혜는 군사독재와 무관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군사독재정권의 당사자의 입장에서 당연히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과를 하는 것이 웃깁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피해 입은 분들께 사과"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부일장학회를 강탈해서 정수장학회로 둔갑시킨 것도 "산업화 과정"이라고 하시렵니까? 부일장학회를 강탈하지 않으면 산업화가 불가능했습니까? 아니면 부일장학회가 경제성장률을 잡아먹는 암적인 존재이기라고 했습니까?
박정희 시절 자행된 무수한 인권유린과 반민주적인 불법적 통치의 대부분은, 부일장학회의 사례에서 보듯이 산업화와 무관합니다. 대기업에게 특헤를 주고 전국토에 삽질을 하고 근검절약을 강조한 것까지는 산업화의 소산이라 하지요.
하지만 입 뻥끗했다고 쥐도 새도 모르게 남산 지하로 끌고 가서 고문하고, 반민주적인 독재에 항거하는 지식인과 학생들을 잡아다가 매질하고 옥살이시킨 것은 산업화의 소산이 아닙니다. 언론을 탄압하고 부정선거를 벌인 것은 산업화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박정희가 사과해야 할 것, 그리고 박정희의 가족이자 당시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로서 박근혜가 사과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산업화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권력을 연장하기 위한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행동들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것입니다.
▲2004년 차떼기, 탄핵역풍으로 한나라당이 망해가자 박근혜 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국민에게 사죄하였다. 그리고 뼈와 살을 깍는 쇄신을 하겠다고 맹세하며 한나라당 간판을 어께에 메고 천막 당사로 이사까지하는 천막 '쇼'를 벌려 한나라당과 박근혜 씨가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현 새누리당은 그 때만도 못한 선거 부정까지 저지르는 이승만의 자유당에 버금가는 명물(?)이 되었다. | |
그래도 대선에 기어나오시겠다고 뭐라고 말은 해야겠는데 고작 이런 식의 사과라면 이것은 당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짓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한 최소한의 부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자격미달을 인증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백번 양보하여 그 모든 독재의 폐해가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졌다 칩시다. 그러면 말로만 사과하는게 아니라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부터라도 똑부러지는 책임을 져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자신과 무관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짓이지요.
그 또한 백번 양보하여 진짜 무관하다면, 적어도 10년동안 자신이 정수장학회로부터 받았던 급여만 연 평균 2억 5천인데, 수십억의 부당이득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저 말뿐인 사과, 그마저도 핵심을 비껴나간 채 구색만 갖추는 무성의한 사과. 염치라는게 있고 양심이라는게 있어야 사람입니다. 어차피 그럴 그릇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사과하겠다면 똑바로 하시기 바랍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떠났고 김근태 전 의원도 떠났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당신의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제대로 예의와 성의를 갖추란 말입니다. 아고라 논객
유피디 (ccm****)
서울의 소리 http://www.amn.kr/sub_read.html?uid=5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