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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학제도 모르는 김현희가 북한사람?
[기획연재-3] 혼돈에 빠진‘ KAL858기 폭파사건‘ 수사기록들
 
신성국 기사입력  2012/07/14 [09:40]
 

천주교 사제 생활 25년을 바라보는 내 삶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중심 주제는 바로 'KAL858기 사건'의 진실찾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년의 세월 속에서 이 사건은 나의 기도 제목이자 주된 관심의 영역에서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나는 왜 이 사건의 진실을 고집스럽게 추적하고 내 운명처럼 매달리는 것일까? 지난 글에서 한국천주교회의 대희년 과거사 반성문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직자가 추구해야 할 기본가치 때문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진실은 종교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24년간의 사제 생활의 경험과 지혜로써 판단할 때 종교인들이 ‘예수님’, ‘부처님’을 아무리 입술로 외치고 섬긴다한들 생활 속에서 말과 행동이 진실을 토대로 살지 않는다면 그들은 위선자들이고 타락한 우상숭배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의 오프닝 멘트는 언제나 나의 심금을 울린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냐, 소위 애국 이런 것이 아냐, 진실이야!”라고 말씀하신 고 리영희 교수는 거룩한 인간의 전형을 증거하고 있다.

'KAL858기 사건'의 진실찾기는 이념논쟁 같은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이 활동의 목적과 이유는 당국의 수사 기록들과 김현희의 진술문을 토대로 사건 관련 자료들을 검토하여 거짓을 가려내고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묻고 확인하는, 순수한 진실 그 자체에 있을 뿐이다.

▲ 'KAL 858기 가족회'가 지난 2006년 1월 17일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른쪽 끝이 신성국 신부 © 사람일보

KAL858기 가족회 집행부 중에는 기장과 부기장의 아내들과 전직 군인 가족들로 구성되어 잇다. 또 이 사건에 깊은 애정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나의 선친  역시 20년을 군 장교로 복무하셨다. 내 선친은 한국전 참전과 1960년 중반에 백마부대 소령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하신 베테랑이셨다. 나는 초중고 교육 전체를 박정희 정권의 '유신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TV조선>에서 조갑제와 김현희가 출연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하는 걸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만일 내가 종북주의자라면 나의 탄생부터(1961년) 청소년 시절까지 교육정책을 주도한 박정희가 바로 종북주의자의 우두머리가 되는 격이다.

이 사건 진상규명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이렇듯 전직 군인 가족들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70중반을 훌쩍 넘긴 이분들은 오직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수사 기록상에 나타난 수많은 오류들을 점검하면서 오로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온 힘을 다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어머니들이다.

그동안 나는 사건 관련 수사기록을 꼼꼼히 조사하면서 안기부가 엄청난 '혼돈(Chaos)상태'에 빠질 내용을 숱하게 발견하였다. 또 그들이 감당하기 힘든 오류들도 수 없이 발견하였다. 그 가운데 우선 김현희의 '허위 경력' 문제를 하나 밝혀보고자 한다.

허위경력 문제는 김현희의 실체를 파악하는 기본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고 하겠다. 이는 자칫 수사기록 전체를 다시 써야만 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안기부가 발표한 김현희의 학력과 북한의 실제 학제와 비교해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김현희의 허위경력 문제는 김현희 일대기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김현희가 당시 북한사람으로서 실제로 학교를 다녔다면 당연히 개편된 학제에 따라 학력이 기재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안기부는 1972년 당시 북한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학제를 적용하였다.

만약 수사기록이 김현희의 진술에 따라 작성되었다고 한다면 결국 김현희는 북한의 변경된 학제와 학년도 모르는 사람으로 판단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오류로 밝혀진 수사기록과 판결문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25년동안 김현희 경력으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학년' 오류 문제로 인해 김현희의 경력들은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KAL858기 폭파사건 발생시점이 1987년 11월 29일이 아닌, 그로부터 1년 후로 변경되어야 하는 중대하고도 해괴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수사를 담당한 안기부(국정원)와 진술자인 김현희는 중대한 착오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하지만 그간 이들은 그 어떠한 해명도 내놓은 적이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들의 해명이 있을 때까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김현희의 파트너 김승일에 관한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김승일은 1984년 9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 투숙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1984년 8월 15일부터 9월 20일까지 1차 해외실습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 드골공항에서 김승일은 한국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적이 있다.

안기부는 김승일이 ‘하찌야 신이치’라는 일본인으로 변신하여 위조여권을 갖고서 남한에 입국하였다고 발표했는데, 이 대목과 관련해 꼭 짚어봐야 할 점이 하나 있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인들이 일본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할 경우 반드시 여행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했다. 따라서 김승일은 당시 한국 정부로부터 여행 비자 허가와 발급을 받고 입국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본인으로 변신한 북한 공작원이 어떻게 남한 입국이 가능했는가? 또한 김승일의 서울 호텔 숙소를 예약을 대행해준 사람은 타이 항공사에 근무하는 'Miss. H. Park'으로 최근에 이 인물이 남한 여성임이 확인된 바 있다.

국가보안법이 서슬 퍼렇게 살았있던 그 시절, 남한 여성이 북한 공작원의 한국 입국을 돕고, 또 서울의 호텔 예약까지를 대행해준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안기부는 그간 'Miss. H. Park'에 대해 수사를 한 적도 없었고, 또 그간 어떤 해명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안기부 수사기록에서 오류 투성이와 허위사실들을 발견할 때마다 지난 25년 동안 KAL858기 가족회 어머니들이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목놓아 외치는 이유를 필자는 마음 속 깊이 동의하게 된다. 필자가 이 일에 나선 것도 바로 이같은 진실을 향한 노력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실의 올가미에 걸려든 숱한 거짓의 잔해들을 국민들에게 하나하나 밝히면서 함께 진실의 빛을 향하여 걷고자 한다. 그리하여 선량한 국민들을 짓밟은 어둠의 세력들의 실체를 밝혀내어 사람답게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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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7/14 [09:40]  최종편집: ⓒ 폭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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