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침몰 20일째인 백령도 장촌포앞 바다에서 인양된 ‘천안함’ 함미 부분이 바지선에 앉혀 있다. © 민중의 소리 |
천안함 사고의 진실 규명을 놓고 이른바 ‘천안함 재판’이 해를 넘겨 진행되고 있으나 그간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은 이 재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법원과 검찰에 출입기자를 두고 있는 조중동은 그간 이 재판을 둘러싼 각종 논쟁에 대해 깊이있는 보도는 물론 보도 횟수도 겨우 한 두 차례에 그쳤으며, 그마저도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먼 ‘물타기’식 보도로 일관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24호에서 ‘천안함 재판’ 제11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최원일 천안함 함장이 증인으로 출석키로 해 관심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조중동도 재판 관련 기사를 모처럼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내용은 ‘역시나’였다. 이들 신문들은 이 사건의 본질보다는 피고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와 그의 변호인단을 인신공격하는 한편 최 함장을 두둔하는 듯 한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12일자에서 ‘법정 선 천안함 선장에게 "지금 CCTV에 나오는 장병 이름 대라"고 한 변호사들’ 이라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민변 심재환 변호사 등 신 씨의 변호사들이 천안함 후타실에 있던 CCTV에 찍힌 희생 장병의 얼굴 사진을 최원일(당시 천안함 함장) 전 함장에게 내밀었다. 변호사들은 그에게 화면에 찍힌 희생 장병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요구했다.”며 “변호사들은 최 전 함장에게 이름을 말하라고 계속 다그쳤다.”고 보도했다.
피고측 변호인들은 CCTV에 찍힌 희생 장병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 당시 천안함의 함장이었던 최 전 함장에게 이같은 요구를 했던 것이다. 이는 재판에서 피고측이건 원고측이건 변호인이 증인을 상대로 물어볼 수 있는 사항이며, 또 그런 목적으로 최 전 함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피고측 변호인들이 마치 무례하게 무슨 불법이라도 저지른 듯한 인상을 주면서 이들을 몰아세웠다. <동아일보> 역시 12일자에서 재판 관련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천안함 장병들 욕되게 하지말라”… 법정서 울먹인 최원일 前함장’ 이라는 기사를 통해 신 대표가 어떤 주장을 하면서 정부당국의 발표를 반박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다루지 않았다. 반면 이날 법정에서 '최 전 함장이 울먹였다'는 등의 기사를 통해 최 전 함장을 옹호하는 내용을 실어 사건의 본질을 호도시켰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동아일보>는 변호인 가운데 한 사람인 심재환 변호사에 대해 천안함 재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내용을 언급하며 엉뚱한 곳으로 독자의 시선을 유도했다. <동아>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남편이다”라고 기사에서 언급했는데 이는 <동아>가 최근 논란이 됐던 진보당사태와 종북 논쟁을 은연 중에 암시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말하자면 심 변호사를 향한 일종의 인신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다.
<중앙일보>의 경우도 ‘천안함 폭침 의심은 집에 강도 들었는데 자작극이라 하는 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 대표가 주장한는 천안함 사건의 의혹에 대해서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은 채 최 전 함장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다뤘다. 결국 조중동은 이날 재판에서 핵심적인 논쟁이나 주장은 모두 비켜간 채 정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해 언론보도의 기본인 공정보도를 스스로 걷어찬 꼴이 됐다.
|